우디 앨런 영화는 처음 봅니다.
'심심한데 우디 앨런 영화를 섭렵해볼까?'했었는데,
감독한 것만 50편이 넘네요. ㅎㄷㄷㄷ
나이 먹을 때마다 한 편 씩 내놓은 건가요?
다는 못 보겠고 평가와 흥행 좋은 것부터 챙겨볼까 해서 시작한 게 애니홀(Annie Hall)입니다.
영화에서 비춰지는
당시 뉴욕시민이나 지식인들의 관심사 가십거리도 상당히 볼만했지만
무엇보다 우디 앨런의 자기 비하적이고도 신경질적인 냉소적 말투가
생각보다 따뜻한 느낌이 나서 무척 재밌네요.
그리고 요즘 영화에서도 시도하면 인구에 회자가 될 효과들(갑자기 행인에게 말을 걸면 마치 우디 앨런이 혼자 상상하는 듯한 대답을 한다든가, 지적 허영을 보이는 사람이 맥루한을 끌어들여 자기 주장을 하면 갑자기 진짜 맥루한을 우디 앨런이 불러서 '당신이 저런 소리를 했나요?'하고 물어본다든가, 디즈니 만화영화 장면에 우디앨런과 친구가 등장해서 이야기 한다든가, 애니가 내키지 않게 잠자리를 하니까 침대에서 애니의 혼이 빠져나가서 쳐다보고 있다든가..)이 전혀 어색하지 않게 끼어드는데 효과가 굉장해서 환기되기도 하고 주인공 감정을 더 잘 알게 해주고 재밌는 경험이었습니다.
원래 로맨틱코메디는 딱히 좋아하지 않는데 이건 참 좋았습니다.
그리고 가끔씩 나레이터로 우디 앨런이 말을 하는데
분명히 따로 보면 평소에 하던 시니컬한 농담이지만
전제 상황에 어찌나 적절하고 뼈가 있던지
정신 못 차리고 감동하게 되네요.
다음엔 맨하탄을 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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